#1 절대 권력
어린 아이에게 부모란 절대 권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부모는 항상 옳고 바르다고 인식한다고 하지요. 그러다 보니 학대 당하는 아이들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했기에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라고 합리화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욱 사랑받기 위해서 그런 부모의 곁을 떠나지 못한다네요. 그러기에 어린 시절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어린 시절을 보내는가가 한 인간의 성장에 있어서 무척 중요하다는 내용은 이미 우리에게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한 가정들이 있습니다. 신문의 활자로만 접해도 끔찍한 이야기들이 있지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절대 권력을 바르게 사용하지 못하는 어른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어린이집에서 일어난 학대를 보았습니다. 그런 기억을 안고 살아갈 그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그 아이들은 그런 일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그 아이들의 상처는 아물지언정 마음 속 흉터는 평생 남지 않겠습니까.
#2 바늘땀
처음 어린시절에 관한 그래픽 노블이라기에 시골에서의 삶을 다루는 정도로 인식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체를 보는 순간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지요. 게다가 이것이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사실에 정말 몰입해서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6살 때부터 이어지는 저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깊은 우울의 늪과 같았습니다. 읽는 동안 한없이 우울해지고 안타깝고 슬펐지만 도무지 책장을 놓을 수가 없었지요. 그래서 결국 새벽에 책장을 엎을 때까지 그런 우울함 속에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목에서처럼 저자의 목에는 커다란 수술이 남긴 바늘땀 흔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른의 무관심과 학대, 무지와 이기주의가 남긴 안타까운 흉터였지요. 그로인해 저자는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은 그것 뿐이 아니었지요. 결국 정상적인 삶을 잃었다 해도 무방할 정도이니까요.
#3 데이비드에게는 어떤 일이
어린 남자 아이가 겪기에는 끔찍한 일들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어머니는 전업 주부였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비극이었습니다. 아버지는 1950년대 잘못된 의학 상식으로 아이에게 무분별하게 방사선 쏘아댔습니다. 어머니는 자신의 히스테릭을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아이에게 퍼부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집중포화를 받은 아이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드러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할머니에게 뜨거운 물로 학대를 받은 후 자신의 방에서 어렸던 저자는 이렇게 독백합니다.
내가 응당한 벌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봐도 명백한 학대였지만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는 입장에서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었습니다. 결국 이런 잘못된 일들이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갔습니다. 아버지의 잘못된 방사선 치료로 아이는 목에 암에 걸렸고 심지어 그것을 숨겼으며 부모는 아이가 죽을 것이라 예상하고 치료하지 않고 버텼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살아남았고 생활은 이전을 돌아갔지요. 바늘땀을 가진채 말입니다. 그런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암에 걸린 것이, 바늘땀이 아이의 마음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이후 저자가 알게 된 자신이 살든 죽든 상관없다는 주변의 태도가 아이를 죽였습니다.
#4 나의 기억은, 그리고 우리 아이들의 기억은
생각해보면 저자 만큼은 아니지만 저도 소위 평범한 아이들이 누리고 살았던 삶을 살지는 못했습니다. 어느쪽에 가깝냐고 한다면 불행한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저의 반응도 동일했습니다. 부모의 절대 권력 밑에서 정말 자신이 맹추나 머저리 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보니 보이더군요.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그러다 보니 어느 샌가 부모님과의 관계는 깨져버렸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부모님들과 즐겁게 보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어쩌다 그런 부모를 만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의 기억입니다. 나는 그렇게 살았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살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절대 권력을 가지고 조금은 더 나은 삶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무관심과 폭력 대신에 관심과 사랑으로 안아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할 때 저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요. 어느쪽에 가깝냐고 한다면 행복한 쪽에 가깝다고 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자주 묻습니다.
나는 지금 잘하고 있어? 우리 아이들은 행복할까?
독재자는 반드시 타락하듯이 부모도 절대 권력을 가진 이상 쉽사리 변질될 수 있으니 늘 조심스럽습니다. 별 것도 아닌 힘을 가지고 말 같지도 않은 행동을 하는 어른들을 너무 많이 보았으니까요. 혹 그것이 자신이 되지 않도록, 저자의 바늘땀을 이 세상에서 전부 없앨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들의 가슴 속에는 없도록 자주 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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