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간
매순간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공간 자체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고 가장이 되어 살다보니 우선 집에 대한 눈이 떠지더군요. 아파트인지 빌라인지, 서울인지 지방인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혹은 월세인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알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공간에 매여 살고 있으며 공간은 우리의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입니다. 그러고 나니 집에서 다른 것들로 시선이 옮겨가더군요. 그렇게 열린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는 작업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업에 많은 조언을 준 것이 유튜브를 통해서 본 유현준 교수의 강연이었습니다. 그래서 『공간의 미래』 라는 책을 보았을 때 고민 없이 읽게 된 이유는 저자의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2 거짓 선지자들의 시대
이 책의 여는 글의 제목입니다. 여는 글에서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엘빈 토플러의 예를 통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엘빈 토플러는 1980년대에 미래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재택근무가 발달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서 도시가 아닌 숲속에 오두막을 짓고 살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지요. 심지어 코로나가 창궐해서 온라인 재택근무가 권장되어도 여전히 출근을 강행하는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렇듯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그래서 조심스럽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이 시대에는 거짓 선지자가 난무한다고 표현하지요. 그런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그런 거짓 선지자가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간이라는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에 이 책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3 아파트
이 책의 1장은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아파트는 참 특이한 존재입니다. 원래 아파트는 공산주의자들이 동일한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건축물이 공산주의를 끔찍히 싫어하고 자본주의가 꽃피운 한국에서 가장 선호되는 주거환경이 되었으니 정말 이상한 일이지요. 그래서 아파트는 그 자체로 돈이나 성공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접근하기 힘들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런 아파트도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로 인해서 집이 감당해야할 기능이 늘어났는데 그에 따라 평수를 넓히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발코니입니다. 저자의 설명대로 발코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 법규를 바꿔야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아파트도 이렇게 짓는다면 정말 도시 속에서도 평안함을 찾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라노에 지어진 '보스코 베르티칼레'에 관한 책 속의 사진은 이런 생각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4 그 외의 미래
그 밖에도 종교 시설을 비롯해 교육 시설, 직장과 도시, 그리고 상업 시설에 대한 이야기등 다양한 공간들의 미래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읽다보니 현실을 보고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공간은 이래야 한다는 저자의 바램이 드러나 있더군요. 서두의 엘빈 토플러가 앞으로는 이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면 저자는 앞으로는 이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이 전반적으로 재미가 있어 잘 읽혔지만 그 중에서도 아파트를 제외하면 교육 시설에 관한 내용에 흥미가 가더군요. 학창 시절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완전 감옥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폭군이었고 늘 억압당하며 살아야했지요. 지금도 그렇지만 단체 생활에 취약한 저의 성향이 완전히 짓밟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학창시절은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지요. 그런데 그런 학교를 공간을 바꾸는 것을 통해서 변화할 수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말은 뜬구름을 잡는 것 같으면서도 우리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서 공부했으면 하는 바램도 생기더군요.
#5 이 책은
강연에서도 그렇듯 저자는 많은 예시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공간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많은 공감이 가지요. 하지만 언제나 문제는 현실의 벽 입니다. 저자도 자주 언급하지만 법이 개정 되어야지만 실현 가능한 부분이 상당합니다. 그로인해 어쩌면 저자는 거짓 선지자가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분명히 미래는 어떤 형태로든 변화할 것입니다. 그것이 저자의 말대로이든 아닌든 말이지요.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래가 변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방향이 어디인지 정도는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를 맞추는 것이 초점을 가지지 말고 이런 미래가 되었으면 좋겠다에 초점을 두고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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