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브루잉 Brewing

by 생각나무 정원사 2022. 2. 9.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의 선율처럼 따뜻했다.
내가 그 조그만 세계를 음미할 때
풍경은 나를 축복했다
_무라카미 하루키

 

 

 

#1 Brew

에스프레소 혹은 아메리카노 같은 단어들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브루잉이라는 단어는 귀에 낯설지요. 그나마 들어 봤을만한 것으로는 콜드 브루 같은 것이 있을 수 있겠네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커피를 내려 마신다는 것을 커피 브루 Coffee Brew 라고 표현합니다. Brew 라는 단어는 사전에 찾아보면 차를 끓이거나 우려낸다는 의미가 있지요. 이러한 방식은 짧은 시간에 압력을 가해서 만들어내는 에스프레소와는 전혀 다릅니다. 브루잉은 커피 가루에 물을 넣고 필터에 걸러내서 먹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핸드드립이라고 부르는 것과 동일하지요.

 

 

#2 핸드드립과 브루잉

우리나라 초기 바리스타들은 커피에 대한 지식 전반을 일본을 통해서 얻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유학을 다녀오고, 일본 사람들의 방식이나 어휘를 사용하게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는 일본 사람들이 부르는 방식인 '핸드드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미나 북유럽에서는 '브루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요. 이것은 단지 표현에서만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핸드드립의 대세는 일본식이었습니다. 마치 다도를 하듯이 신성하게 정해진 용법과 시간을 들여 다크 로스팅된 원두로 커피를 내렸지요.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과 같은 서구권 방식이 소개되면서 조금 더 자유롭게 변한 것 같습니다. 다크 로스팅 된 원두보다는 미디엄의 가볍게 추출하는 방식이 대세가 되고 있지요. 무겁고 진중한 커피에서 가볍고 산뜻한 친근한 커피로 넘어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추출 원리

브루잉 방식은 추출 원리에 따라서 두가지로 나눌수 있습니다. 하나는 여과식이고 다른 하나는 침출식입니다. 여과식은 칼리타나 하리오가 유명하지요. 드리퍼에 종이 필터를 올려놓고 그 위에 분쇄된 커피 가루를 넣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양의 물을 정해진 시간과 방향에 맞게 추출하면 됩니다. 반면 침출식은 프렌치 프레스가 유명합니다. 프렌치 프레스에 분쇄된 커피 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고 시간이 지난 후 따라 마시면 끝입니다. 어떤게 좋고 나쁘다의 개념은 없습니다. 결국 커피는 취향이니까요. 그래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큰 범주에서는 두가지로 나누었지만 브루잉을 하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지금도 계속 개발 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들이 있기에 취미로의 커피는 정말 즐거울 수 밖에 없지요.

 

 

#4 에스프레소 보다는 브루잉

에스프레소는 빠르다는 뜻의 이탈리아어에서 왔다고 합니다. 커피를 원하는 손님은 많은데 브루잉으로는 일일이 응대하기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고 하지요. 그래서 고온 고압의 증기로 커피 가루의 엑기스를 뽑아내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스프레소에 다양한 변주를 주는 것이 요즘 우리가 커피 전문점에서 접하는 커피 음료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브루잉이 더 좋습니다. 우리가 과연 그렇게까지 바쁜가를 먼저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커피는 휴식의 의미가 큽니다. 그렇다면 에스프레소 보다는 여유가 있는 브루잉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 원두를 핸드 그라인더에 담고, 천천히 갈아 필터 위에 넣고 끓인 물을 붓는 행위는 무거운 생각을 잠시 내려놓게 해줍니다. 그리고 앉아서 마시는 커피는 정말 여유롭지요. 거실에서 마실 때는 거실 스피커로, 제 방에서 마실 때는 제 방에 있는 스피커로 음악을 트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러려고 마시는 커피니 이왕 한잔 마시는 거 제대로 마시고 싶을 뿐입니다. 에스프레소는 매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브루잉 커피가 더 좋습니다. 아직 브루잉 커피를 접해보지 않은 분이 계신다면 한번 쯤 추천해보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쉽고, 생각보다 즐겁습니다.

 

'커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피 취향  (0) 2022.02.12
커피의 전환점  (0) 2022.02.11
커피 열매  (0) 2022.02.09
커피의 유래  (0) 2022.02.09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0)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