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 잘하게 보이고 싶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맘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 잘하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은 있지요. 최근에 무척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중에 잭 내셔의 <어떻게 능력을 보여 줄것인가> 라는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 일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일을 잘하게 보이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일을 잘하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다가 일 잘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책이 바로 이 책 <일 잘하는 사람은 알기 쉽게 말한다> 입니다.
시작하는 글에서 저자가 예전 여자친구와 데이트에서 너무 진지하게 말했던 실수를 보여줍니다. 요즘 말로 진지충의 모습이지요. 4도씨 라는 패션 브랜드 매장에서 물의 밀도가 최대치 일때가 4도씨라는 등의 이야기를 했던 사건입니다. 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가지고 싶다는 애인에게 그것은 연필심의 주성분인 흑연과 동소체 관계라는 둥 그러니 고작 연필심을 그렇게 비싸게 사고 싶냐는 둥의 이야기를 내뱉었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쯤되면 이 남자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제가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런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는 것입니다. 투머치로 정보를 남발하는 사람들, 문맥과 전혀 상관없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주로 상사였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들어주는 척하는 수밖에 없고, 웃어주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나이를 슬슬 먹어가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너는 그런 사람이 아닌가 하고 말이지요.
#2 IKPOLET법
이 책에서는 7가지의 말 잘하는 법칙들을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것을 가리켜 IKPOLET법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저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일곱가지 핵심단어들의 첫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1단계. 흥미를 끈다. Interest
2단계. 상대방의 수준을 파악한다. Knowledge
3단계. 목적을 제시한다. Purpose
4단계. 큰 틀을 제시한다. Outline
5단계. 연결한다. Link
6단계. 구체적인 사례와 증거를 제시한다. Embodiment, Example, Evidence
7단계. 전이한다. Transfer
그래서 이 핵심단어들을 하나씩 설명하며 책은 진행이 됩니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과연 이것이 적용이 될까 싶은 생각이 들은 것이 사실입니다. 책을 계속 읽으며 떠오른 상황이 있습니다. 그것은 나이 많으신 어르신이 웃긴이야기를 책이나 인터넷에서 보고 젊은 사람들한테 하는 상황입니다. 살다보니 그런 상황이 많았는데 그 때마다 재차 확신하게 된 것은 농담은 준비를 많이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와 타이밍이구나 라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계속 이야기를 준비해야합니다. 1단계 부터 7단계 까지 준비해서 말하면 커뮤니케이션, 즉 대화에 성공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준비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보다 돌발 상황이 훨씬 많은데 거기에는 무방비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 혼자 느낀 것이 앞서 말한 이 책의 내용이 과연 적용이 될까 였습니다. 이러한 의구심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3 사람은 비밀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오늘 직장 상사들과 이야기할 때 이 책에 나온 내용을 적용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사람은 비밀을 엄청나게 좋아한다의 챕터에서 상대방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싶다면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서두에 붙일 문구를 소개해 주지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말한 적 없지만...
이 말을 오늘 사용해 보았습니다. 그 효과가 어떠했는지, 그래서 이 책은 좋은 책인지 나쁜 책인지 그런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이 어떠했냐 묻는다면 그저그랬습니다. 딱히 와닿지 않았고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포스팅을 남기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적용해보려고 시도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공감하지 않았고 믿어지지도 않았는데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을 해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간단합니다. 성공에 대한 욕망 때문입니다. 이왕이면 더 능력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제 마음 속 욕망이 도무지 납득도 안되고 믿어지지도 않는 대화의 기술도 사용하게 만든 것입니다.
#4 스스로 살려고 발버둥 치는 자신
이런 자신이 부끄럽냐고 묻는다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제가 이런 기술을 쓰고 있다는 걸 누가 알겠습니까? 제가 이런 책을 읽었다는 것조차 사람들은 모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제가 기술이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혼자 소소한 웃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제 안에 욕망이 있다는 사실에 기뻤습니다. 한 해 두 해 가면서 욕망이 많이 거세 된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식욕도, 성공에 대한 욕망도, 그리고 성욕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쩔 때는 고목나무 같은 느낌을 스스로에게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가을 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걸 보니 가을 탔나봅니다. 그런데 여전히 욕망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전히 제가 살아있다는 뜻이라고 받아들여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저는 살아 있습니다. 어떻게든 잘 살아내기 위해 오늘도 힘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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