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양철학
동양의 책들은 언제나 신비로운 느낌이 있습니다.
자신이 동양인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받는 동안 서양의 것을 위주로 받았기 때문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동양철학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지내다 보니 동양철학이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문제는 언제나 난이도였습니다.
원문으로 본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고, 조금만 전문적으로 들어가도 뭔 말인지 모르는 것이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서 늘 쉬운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지요.
#2 읽기 쉽게 쓰여진 도덕경
이 책은 참 쉬웠습니다.
노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자기 개발서나 동기부여하는 책들 처럼 느껴졌습니다. 최근에 유명했던 책들을 읽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이 책에서는 최근에 책들에서 발췌한 내용이 꽤나 들어있습니다. 노자의 구절과 그 내용들이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읽기 쉬운 책이 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인 즉슨 예화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예화 위주의 책들은 솔직히 무척 좋은 책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읽기 쉬운 책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제목처럼 무엇무엇 할 때 응급처방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려면 쉽게 읽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처럼 벽에 늘 부딪혀서 어려워하는 사람이라면 말입니다. 이 책으로 간을 보고 다른 책으로 차츰차츰 올라가는 것도 좋겠지요. 개인적으로 나쁘지 않게 읽었다는 느낌입니다.
#3 헨리 나우웬의 일화
헨리 나우웬은 가톨릭 신부이면서 하버드대학 신학 교수로 명성을 떨쳤다.
그의 강연과 책은 삶에 지친 많은 사람의 영혼을 위로해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나우웬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
남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전문가였지만 정작 자신의 우울증을 스스로 치유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우웬은 지적 장애인이 모여 사는 라르슈 공동체에 입소한다.
입소 날 그는 자신을 하버드대학 교수라고 소개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묻는다.
“하버드가 뭐죠?”
나우웬은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의 가치가 명성과 직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4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내 직업, 학력을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불혹의 입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꾸만 나 자신은 없고 페르소나(가면)만이 남는 것 같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보다도 더 멋진 가면은 어디에 있나 하고 살아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위에 예화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좋은 예시들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예화입니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나를 지탱해 준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서 정말 그런 것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봐야 겠습니다. 그렇게 버리고 버리다 보면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는 남의 뜻에 맞게 살았다면 앞으로는 내 뜻에 맞게 살고 싶습니다. 인생 꽤나 짧으니까요.
이 책에서도 이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사람의 병은 쉬지 못해서인데, 세상은 쉬지 않는 것을 즐거움으로 여긴다. 왜일까? 사람의 수명은 길지가 않아서 백 년의 수명을 누리는 자는 만명의 하나둘 뿐이다. 백세를 산 사람이라도 어릴 때와 늙고 병든 햇수를 제외하면 건강하게 산 날은 사오십년이다. 그사이에 성공과 실패,영화로움과 욕됨, 즐거움과 슬픔, 이로움과 해로움이 내게 병이 되어 정신을 해친 경우를 제외하면 웃으며 즐겁고 쾌활하게 쉬었던 날 역시 수십 일에 불과하다. 그런데 보통은 백년도 살지 못하면서 끝없는 근심과 걱정에 시달리지 않는가?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은 근심과 걱정에 얽매여 끝내 쉴 날을 기약하지 못한다.
_강희맹 『만휴정기』
#5 부자생능장생
가면을 쓰기 위해 부렸던 욕심을 내려놓고 진짜 나를 찾아보렵니다.
2월 쯤에 오토바이를 하나 사려고 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사보는 오토바이입니다.
지금까지는 하는 일이나 체면 같은 것을 고려하여 생각도 안했던 일입니다.
부자생능장생 不自生能長生
나로 살지 않음으로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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