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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 - 아난드 딜바르

by 생각나무 정원사 2022. 2. 7.

#1 뮤지컬 미라클

대학생 시절에 미라클이라는 뮤지컬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혼수 상태에 빠진 환자의 영혼이 나와서 다른 영혼과 이야기도 하고 자신을 돌봐주는 간호사에게 사랑의 감정도 느끼고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에 뮤지컬을 보며 관심이 있었던 부분은 어김없이 이쁜 간호사와의 로맨스였습니다. 그 때의 노래도 몇 곡은 아직도 기억이 날 정도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책을 한 권 봤습니다. <그렇게 보낼 인생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책 입니다. 제목만 보면 누가봐도 자기개발서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물론 저도 자기개발서인줄 알고 샀으니 말 다했지요. 그런데 사놓고 보니 소설이랍니다. 평소에 소설을 잘 읽지 않습니다. 좋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출판사에서 편집일을 하다보니 글을 너무 많이 봐서 문자에 대한 피로감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책을 펼치는데 긴 소설은 늘 중간에서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짧거나 중간 중간 봐도 아무 무리가 없는 자기개발서 같은 책들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책을 읽는다는 행위를 취미로 가지고 싶더군요. 그런데 이 책은 소설이지만 제가 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분량입니다. 분량이 무척이나 짧아서 평소 글을 빨리 읽는 저로서는 한시간도 안걸렸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없거나 짧은 글을 좋아하시는 분은 읽을만 할 것 같습니다.

#2 죽음은

한 남성이 파티장소에서 만취하고 약을 먹은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 후에 식물인간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지만 의식은 돌아온 상태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자신의 내면과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이 책은 출발합니다. 저자가 명상 전문가라서 그런지 자신의 내면 안에 있는 자신이라는 개념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계속해서 자신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어가는데 그 시간이 8개월이 넘어가는 정도의 긴 시간이 지속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 기간 동안의 의식의 흐름, 더 정확하게는 의식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저주하고, 남탓을 하며, 삶을 포기했던 사람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하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자신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삶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는 과정입니다.

계속해서 멋진 대사들이 이어집니다. 물론 자기개발서를 너무 많이 본 저로서는 이미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말들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맞아 맞아 속으로 대답하면서 읽을 만한 글들이 적혀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죽음은 너의 조언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야.

그건 죽기를 바라거나 죽음에 대한 망상에 사로잡히거나,

죽음이 피할 수 없으므로 낙담하라는 뜻이 아니야.

언젠가는 누구든 죽는다는 걸 기억하라는 거지.

죽음은 언제 어느때든 다가올 수 있어.

이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게 새롭게 보일거야.

 

 

#3 너무 해피엔딩

위에서는 좋았던 점을 적었습니다. 단점을 말하자면 너무 교훈적입니다. 굳이 소설로 했어야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연금술사를 벤치마킹한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너무 교훈적이라 처음에는 듣기 좋았던 선생님의 훈계가 나중에는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했습니다. 또 한가지는 너무 해피엔딩입니다. 이런 일은, 이런 결말은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자신이 마음만 바꿔 먹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바뀐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알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저도 공감하는 부분들도 있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해피엔딩입니다.

#4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금술사의 기억이 흐릿해져서 교훈이 담긴 소설을 가볍게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자녀가 태어나는 장면, 그리고 그 자녀를 안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는 눈물도 조금 났습니다. 대학생 때 미라클이라는 뮤지컬에서는 사랑하는 부분에서 흥미가 돋았지만 지금은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그 아이를 만질 수 없는 것에 마음이 쓰였습니다. 특히 그 아이를 두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정말 마음이 쓰였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의 의도대로 죽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나라는 사람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지금 나라는 영혼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누구의 탓을 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주인되지 않고 무언가에 끌려가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보았습니다.

이 밤 명상이라도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