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해에는
엊그제 서점에 갔습니다. 평소에는 한산했던 서점에 제법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나 처음에는 놀랐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주로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은 다이어리나 플래너 코너였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에는 다짐을 합니다. 각자가 지금까지 못했던 일들을 시도하겠지요. 그리고 그런 시도의 시작점이 플래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플래너를 구입했습니다. 세개나 준비했다는 것은 함정이겠지만 말이지요.
2022년 제 다짐은 정리된 삶 입니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어수선하고 정리되지 않은 느낌입니다.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 몇 년 전부터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도 많이 사서 읽었지만 여전히 욕심은 늘어가고 덩달아 짐은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전혀 미니멀리즘 하지 않지요. 그래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동일한 다짐을 했었지 않나 싶습니다.
새해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미니멀하게 삶이 정리되기를
# 2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즘이란 단어 그대로 최소주의라고 번역 됩니다. 예술사조로 먼저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 순간 라이프 스타일에 접목되었지요.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 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우리는 삶을 살다보면 자본주의의 교육 그대로 부족한 것을 구입합니다. 문제는 사고 또 사고 또 산다는 것이지요. 산 만큼 버리지는 못하면서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소비가 대부분 고장나거나 필요하지 않은데 욕망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이런 모습은 정확하게 제 모습입니다. 집 안에 굴러다니는 이어폰이 몇 개인지, 플래너나 필기구는 또 몇 개인지 모를 정도로 많지요. 심지어 지금 타이핑을 하고 있는 고가의 키보드도 몇 개나 됩니다. 그냥 그 순간 사고 싶고 살 수 있으니 자꾸만 사게 됩니다. 막상 사서 집 안 어딘가에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 후회가 밀려 오지요.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수 없는 사람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몇 년 동안의 노력에도 짐이 더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헨리 소로우의 삶은 이상적입니다. 일본의 여러 작가들이 자신의 미니멀 라이프를 소개하는 모습도 제게는 멋져 보이기만 합니다. 될 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한 번 더 시도해보자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구입한 책이 <나는 오늘 책상을 정리하기로 했다> 입니다.
#3 책상 정리
지금까지 왜 실패했는가를 생각해보면 '1인 가구가 아니라서' 라고 생각합니다. 배우자가 있고, 자녀가 있는 삶을 나 혼자의 계획으로 다 바꿀 순 없으니 말이지요. 육아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 있고, 자녀들도 자녀들 나름의 생활을 위해 소유 해야 하는 것들이 있지요. 그런 물건들을 개인의 신념에 의해 다 정리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 아니겠습니까? (이 정도면 제 실패의 타당한 변명으로 사용해도 되겠지요.) 그렇다면 집 안에 어디를 내 맘대로 정리해도 될까를 생각해 봅니다. 정답은 하나 밖에 없지요. 바로 제 책상입니다. 저는 집에서 거실에 하나 작은 방에 하나 두개의 책상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모든 책상은 물건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스피커며 노트북이며 필기구며 노트며 정말 어수선하지요. 책상 밑에는 사용하지도 않는 수많은 종류의 충전 케이블들과 충전기가 딩굴고 있습니다.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라고 말한 것이 벌써 몇 년 째입니다.
단호하게 결정할 시점이 온 것이지요. 그래서 이 책에 나온 방법으로 정리를 시작해 봅니다.
물건을 전부 꺼낸다
물건을 분류한다
그룹마다 대충 정리한다
사용하기 편하게 수납한다
그래서 먼저 책상 위와 바닥을 다 뒤집었습니다. 그리고 쓸 물건과 버릴 물건으로 나누었지요. 이 부분이 어려웠는데 전자기기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케이블을 버린다는게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쓰지 않는 헤드폰 앰프며 몇 년 전에는 고가로 구입한 DAP며 전부 버렸습니다. 벌써 꽤 오랜기간 아예 사용조차 하지 않았으니까요. 전에는 그런 물건들이 어딘가에 들어 있으면 저걸 어떻게든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버리고 보니 압박이 사라져 자유로운 기분입니다. 그래서 지난 한 해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은 다 버렸습니다. 나한테 이런 것이 있었나 싶었던 물건들도 나오더군요. 그러고 나니 책상이 깨끗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깨끗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런 질문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이 책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책상을 정리하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그리고 생각이 정리되면 생활이 원할하게 돌아간다고 하지요. 그렇게 되면 일에 충실하게 되고, 그 덕에 가정도 안정된다 합니다. 즉, 책상 하나 정리했을 뿐인데 삶이 윤택해 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습니까.
#4 시스템을 구축하라
하지만 사실 이런 내용들이 새로울 것도 없습니다. 청소의 효과를 모르는 사람도 없을 것이구요. 도서 리뷰라고 썼지만 정작 책 내용이 별로 등장하지 않는 까닭도 이것입니다. 이 책은 참 별게 없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미니멀라이프 관련 도서 중에 최고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왜 이런 내용의 책들은 반복적으로 등장할까요? 그리고 저는 왜 등장하는 책들 마다 구입을 할까요?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의지가 오래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책상 정리만 해도 꾸준하게 매일 틈틈이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지요. 제가 집에서 집착하는 곳이 두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책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식탁입니다. 책상이 깨끗하면 좋은 생각이 잘 납니다. 그리고 식탁에 아무 것도 없으면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 식탁은 잡다한 물건이 쌓여 있고 책상도 난장이지요. 그래서 다시 의욕을 올리고자 또 다시 책을 구입하는 패턴입니다.
이 책도 그 부분에 대해서 동일하게 언급합니다. 그리고 해결책으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하지요. 너무 거창하게 하면 금방 지쳐 버리니 최대한 단순하게 정리된 상황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스템은 이 책에서 조언은 할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이 만들어 가야합니다.
연초입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대청소를 하고 물건을 잔뜩 버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 책상은 너무 깨끗합니다. 하지만 이런 깨끗함이 얼마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 부터 시스템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최대한 단순하게. 나에 대해 생각해보고 시스템을 구축 해야겠습니다. 결국 책상으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이 나의 삶 전반을 풍요롭게 하기를 바래봅니다.
#5 그래서 이 책은...
이 책은 표지에 나온 것처럼 88가지 정리 아이디어를 알려줍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앞서 말한 시스템을 구축하기에 유용한 것이 제법됩니다. 기본적인 골조야 결국 여타의 미니멀 라이프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조금 더 유도리있는 방법을 제공합니다. 평소에 저는 노트 대신에 A4 용지를 잔뜩사서 샤프펜슬로 낙서를 즐깁니다. 그래서 앞 부분에 등장 하는 용지 박스를 활용하는 것이 유용해 보였습니다. 결국 용지 박스를 또 구입 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함정이지만 말이지요.
책 자체는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나 집에서나 책상이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되는 사람이라면 유용합니다. 더욱이 정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라면 좋은 메뉴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기존의 미니멀 라이프가 극단까지 치닫는 모습을 보여줘 독자의 기를 꺾었다면 이 책은 그 정도는 아니니 말이지요.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를 이제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도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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