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헌책방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도서관 구석에서 우연히 집어든 먼지가 가득낀 책이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오래된 책방을 많이도 다녔지요. 요즘이야 알라딘 중고서점이 참 잘되어 있지만 제가 학생 시절만 해도 동대문 쪽으로 나가야 했지요. 그리고 그 과정도 불편하고 불친절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추억으로 인해 [헌책방]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레임이 있습니다.
#2 기담
기담은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주로 공포물이나 미스테리물에서 등장하지요. 실제로 기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영화들은 대부분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하지만 저는 공포물이라면 질색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기담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요.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기담이라는 단어에 약간 알러지 반응을 냈습니다. 그래서 구입한 후에 책장을 펼치기에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3 수집가
이 책은 저자인 윤성근 씨가 자신이 모은 이야기 중에 일부를 추려서 낸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분명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실화겠지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정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놀라운 이야기이지요. 그러다 문득 이렇게 놀라운 이야기를 모으려면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 있었을까 하는 고생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한자리에서 오랜 시간 피사체를 관찰하다가 한 장의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내는 사진가 같은 느낌입니다.
#4 헌책방 + 기담 + 수집가
책장을 펼치기는 오래 걸렸지만 정작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너무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해서 이 책을 손에서 놓기가 어려웠지요. 마치 흥미로운 단편 드라마들을 연속해서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헌책방과 기담과 수집가 라는 세개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단어들이 한 곳에 모여 이처럼 멋진 울림을 낼 수 있다니 정말 흥미롭습니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읽은 것 같아 올 가을이 기대됩니다. 이 책으로 제 마음에 따스한 불이 지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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